가벼운 잠
언제부턴가 잠이 가벼워졌다
딱히 생각이 많아서도 아니고 피곤치 않아서도 아니다
다만 오르락 내리락하는 무언가가 있다
영혼의 격동인가, 욕동일지도 모른다
심연에서 펄럭이는 반복되는 날개짓에
억지로 공간의, 공간의, 공간을 쥐어짜내는 쓸데없는 괴롭힘의 상태
가벼운 잠이 괴롭다
깨어있는 채로 잠드는 램도 논램도 아닌 단출한 수면의 모양새
의식과 육체 중 지친 곳만 곤히 잠들기도 하고
둘은 고요한데 가슴은 깨어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마음은 닫힌 듯 열린다
꾼 적 없는 꿈은 이내 종말을 맞는다
그래서 꿈을 꾸는 동안 그들먹한 가슴으로 환상을 내달린다
그래서, 누군가를 꿈꾸면 그는 심연 아래에까지 내려와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
가벼운 잠을 자기에 잠을 꿈꾼다
고통의 존재성 한 가운데서 방황의 화단은 더욱 얼룩지고
이 반복의 절망은 묘연한 초탈를 상상한다.
모호한 줄타기 속에서 오늘도 깊은 잠에로의 욕동을 그린다.